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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구조사, 정체성 확립 그리고 공부

'응급구조사'는 심전도를 찍을 수 없다. 법에 정해진 업무 범위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허용해야할까? 이건 어려운 문제다. 고려할 게 아주 많다. 나는 응급구조사들의 피켓 릴레이를 긍정적으로 본다. 당연히 내야 할 목소리다. 세상은 움직여야 바뀐다. 발전한다. 그러나 행동에 비해 철학이 부족해 보인다. 어려운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 많은 수의 응급구조사가 치열한 고민없이 주장을 펼치고 있다. 솔직히 우려스럽다. 이런 식으로는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다.”
“우리도 충분히 능력이 있다.”

주로 이 두 가지 논거를 펼치던데. 라이센스를 고려하지 못한 주장이다. 폭행의 위기에 빠진 사람이 있다. 지나가던 복싱 선수가 현장을 목격했다. 그에게는 피해자를 구하겠다는 명분이 있다. 범죄자를 제압할 힘도 있다. 그렇다면 그가 체포권을 행사해도 될까? 경찰이 아닌 복싱선수인데? 아예 처벌권까지 행사해도 될까? ‘사람을 살린다’와 ‘능력이 있다.’ 이 두 가지만으론 부족하다. 라이센스 제도의 장·단점을 다룰 생각은 없다. 다만 제도가 가지는 함의를 의욕만으로 침범해선 이길 수 없을 거란 얘기다. 업무 범위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단순한 의욕을 넘어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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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응급구조사는 크게 두 군데서 일을 한다. 병원 내와 병원 전(119)이다. 두 장소는 차이가 크다. 병원 내에는 의사를 포함한 다양한 의료진이 있다. 거기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 병원 전은 아무도 없이 홀로 일하는 환경이다. 슈퍼바이저 없이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데 둘은 같은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다. 서로 다른 환경인데 같은 업무범위를 지닌다. 한쪽의 권한을 늘리면 다른 쪽에 영향을 끼칠게 뻔하다. 병원 일을 늘리면 병원 밖에서 무면허 행위를 할까 걱정된다. 병원 밖 일을 늘리면 병원 내에서 PA처럼 활동할까 우려된다. 그러니 합의가 쉽지 않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응급구조사들이 정체성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응급구조사란 무엇인가? 왜 필요한가?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가? 사회에 어떤 도움을 주는가? 병원 전과 병원 내 양쪽에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기본적인 고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왜 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왜 응급구조사가 병원에서 일해야 하는가? 응급실에서 일해도 된다고 법에 나와 있으니까? 법을 바꾸자는 논의를 하면서 기존 법에 기댄다? 이런 식이면 법에 정해진 일만 하라는 반론에 부딪힌다.

 “병원 전에 정체성을 두고, 그를 위해 병원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건 내가 제시하는 하나의 논리이다. 이게 정답이라는 게 아니다. 그저 이런 식의 스토리가 필요하단 얘기다. 그리고 그렇게 판을 짜나가야 한다. 저 논리를 차용한다면, 제대로 실습받지 못한 자는 취직에 불이익까지 끌어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정체성을 세우고 그를 바탕으로 큰 흐름의 스토리를 짜야 한다. 무엇이든 좋다. 그건 응급구조사 자신들이 해내야한다. 어떤 식으로든. 여러 응급구조사들의 주장을 들었는데, 조금 우려가 생겼다.

 “우린 능력이 있는데 규제가 막는다!”

이렇게 소리 지르더라. 논리없이 떠들면 그저 떼쓰는 것에 불과하다. 정체성을 고민하고 이론을 만들어야 한다. 그걸 회원 전체가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그런 후 사람들에게 홍보를 해야한다. 그제서야 흔들림없는 명분이 서게 된다. 그래야만 모두를 설득할 수 있다. 명분없이 주장하면, 여러 직역간의 밥그릇 싸움이 될 뿐이다. 직역 갈등을 넘어서는, 누구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명분과 근거를 대야 한다. 그러지 않고 단순히 ‘니가 하느냐, 내가 하느냐’의 파워 게임이 되면, 절대로 이길 수 없다. 현실이 그렇다. 어떻게든 싸움을 피하고 설득의 과정만을 걸어야 한다. 그 과정에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내 개인의 능력과 집단의 능력을 착각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근거로 어떤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 응급구조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집단의 하한선이 그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말은 그런 후에 꺼내야 한다. 책임이 생기기 때문이다.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걸 해내지 못했을 때 처벌을 받게 된다. 권리가 늘면 책임도 커지는 법이니까.
이걸 고민하지 않고 혼재된 주장을 자꾸 한다. 심전도를 따져보자. 심전도를 찍으면 적절한 병원에 환자를 이송해서 살릴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걸 못하게 해서 환자가 죽는 걸 지켜만 본다고 한다. 여기서 주의할 게, 심전도를 찍는 것과 판독하는 것은 천양지차라는 점이다. 단순히 찍는 행위를 허용하라는 것인지, 판독하여 진단내리는 과정을 허용하는 것인지. 이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후자라면 진단이 틀릴 경우 법적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응급구조사 전체가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확실히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업무를 왜 해야 하는지를 설득해야 한다. 당연히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공부다. 에피네프린을 전가의 보도로 꺼내는데, CPR에서 에피네프린은 확실한 영역이 아니다. 차라리 아나필락시스에서 에피를 꺼내는 편이 낫다. 논란의 영역은 건드리는 게 아니다. 직역 갈등을 피할 수 없으니까.

현장은 현장 나름의 어려움이 있다. 제한된 상황에서 의료 행위는 의사보다 잘해야 한다. CPR을 예로 든다면, BLS와 제세동이 그것이다. 이 두 가지는 CPR에서 생존율에 영향을 주는 유이한 두 가지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런 것들은 의사보다 나아야 한다. 그런 BLS마저 의사의 슈퍼바이저를 요청하면서 약물을 주장한다면, 그건 앞뒤가 맞지 않다. 애정이 있어 쓴소리 한번 해봤다. 원래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다. 부디 치열하게 공부하고, 고민하고, 그러면서 행동도 하고. 좋은 방향으로 세상을 바꿔내길 응원한다. 공청회의 성공을 빈다.  (글 :조용수)   [출처 : 제3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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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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