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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게 희생 요구하는 것도 폭력


사실 적성이니 사명이니 무슨 생각으로 그랬겠나. 돈을 벌고 싶어서 의·치대에 관심을 가졌고, 그 중에

서도 돈을 벌 때까지 더 오랜 시간 수련해야 하며 ER 근무까지 있는 의과대학보다, 조기에 수익창출이 시작되며 일의 고됨도 비교적 낮아 보였고 비급여 항목이 많았던 치과대학에 매력을 느꼈을 뿐이다. 한때 치대 입시가 의대 이상이던 시절도 있을 정도였으니, 당시로선 재무관리적 사고를 내재화한 합리적 경제인의 판단이었다.

 

어쨌든 그때 높은 확률로 고정수익이 예상되는 치과대학보다, 미래 직업과 기대소득이 확정되지 않은 일종의 위험자산이라 할 수 있는 서울의 인문대, 사회대를 택한 것도, 결과론적인 관점이지만 지금 보면 경제적으로도 최악은 아닌 선택이었다. 무엇보다 시골생활 6년을 못 버티고 옮겼을 것이다. 실제 그런 이유로 지방국립의대를 다니다 온 대학 동기도 있었던 때이니.

 

2.
그런 상상과는 사뭇 다른 광경들을 본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의사 피살에 이은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 과로사. 환자에게 살해당한 정신과 의사의 유족은 원망하기는 커녕 조의금 1억 원을 기부했으며, 일 주일에 한번 퇴근하는 격무에 시달리다 과로사한 국립중앙의료원 센터장의 유족은 안양의 낡은 4억 원짜리 아파트에 산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을 칭송만 하면 안된다. 그런 피상적인 접근으로는 어떤 개선도 일어나지 않고, 같은 환경에서 또 다른 의사들의 희생만 가져올 뿐이다.

 

이건 그냥, 명백히, 잘못된 거다. 주 52시간이니, 최저시급이니 하는 말들이 모두 사치가 되는, 사실상 주말도 없는 고강도 밤샘 근무라는 근로기준법 치외법권에서 수련의 생활을 거쳐 의사가 되고 나서도 저렇게 일을 해야만 알아주고 인정해주며, 그렇지 않은 의사들은 돈이나 밝힌다며 손가락질하는 게 한국 사회의 흔한 시선 아니던가.

 

의사가 되기 위해 더 비싼 등록금을 납부하고, 6~10년의 더 긴 시간이라는 기회비용까지 치른다. 자기 돈을 쓰든 부채를 쓰든 거액을 들여 개업을 하고, 무리한 대출에 눌려 파산하는 경우도 있다. 하여튼 그렇게 개인이 모든 것을 짊어지고 업을 영위하는데 진료행위의 정당성은 국가가 판단하고, 가격도 국가가 정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의사 멱살 잡고 살려내라 외치는 게 가족과 연인의 멋진 자세인양 포장되는 나라다. 환자의 무리한 요구, 폭행과 폭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도 없으며, 전문가적 판단에 따른 진료행위는 국가의 삭감대상이 되어 경제적 손해를 입을 위험이 더해진다. 격무에 시달리다가 의료소송에 잘못 걸리면 감옥까지 갈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사건들을 계기로 의사에 대한 잘못된 행동을 즉각에서 제압하고 엄벌에 처하며, 위협적인 환자에 대해서는 진료를 거부하고 접근을 차단할 권리도 논의되어야 한다.

 

이국종이 아주대병원에 거액의 손실을 안기며 밤샘근무를 하는 것은 박수받을 일이 아닌, 제2의 이국종이 나오지 않게 의료 행위의 수가를 현실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건강보험 자기부담률을 경증은 대폭 올리고, 중증은 낮춰 의료 쇼핑을 막고 진짜 위험을 담보하는 보험의 기능에 충실하게 한다든지.

 

3.
개인은 누구나 자신을 위해 일하고,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다. 의사라고 특별히 다른 직업보다 희생하고 과로해야만 직업적 인정을 받을 이유가 없다. 의사가 창출하는 부가가치에 걸맞는 돈을 벌면서, 무리하게 과로하고 희생하지 않아도 마땅히 직업적 존경을 받는 것이 건강한 사회다.

 

사명감과 희생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가치일 뿐, 타인에게 기대하면 폭력이 될 뿐이다. 의사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글 : Adrien Kim)  [출처 : 제3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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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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