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문화는 되살아 나기 마련인가... 상례문화에서 사라져 가는 상여, 비록 꽃으로 만든 간이 상여 수준이지만 개방형 민선 면장이 앞장서고 지역 자치단체는 보조금까지 지급하기로 했다니 흐뭇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장례 절차가 간소화하면서 보기 힘들어진 꽃상여가 전남 순천시 낙안면에서 등장해 눈길을 끈다. 26일 순천시 낙안면사무소에 따르면 25일 낙안면 송기마을에서 고(故) 강건섭씨의 장례가 치러졌다.
울긋불긋한 꽃종이로 곱게 단장한 꽃상여는 상여꾼의 소리에 맞춰 느릿하게 마을을 돌며 망자의 혼을 달랬다. 상여 뒤로는 유족들이 뒤따르며 생을 마감한 가족을 기억했다.
고인은 꽃상여를 타고 추억이 깃든 집과 골목을 돌아 장지까지 마지막 여행을 했다.
유족인 강선기(50)씨는 "아버님이 병환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마지막 가는 길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며 "어렸을 때 많이 봤지만, 직접 상여로 아버님을 모셔보니 아쉬운 마음도 많이 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낙안면은 잊힌 꽃상여 문화가 마을 공동체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내년부터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주민참여 예산으로 500만원을 책정해 상여 구입비로 1곳당 50만원씩 모두 10곳에 지원할 계획이다. 면사무소는 마을에 상여꾼이 없으면 벌교의 상여 제작업체를 통해 주선해주기로 했다.
신길호 낙안면장은 "예부터 이웃에 우환이 생기면 한자리에 모여 음식도 장만하고 십시일반 도움을 줬다"며 "꽃상여 문화가 정착되면 느슨해진 마을 공동체 문화도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순천시는 올해 1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방형 직위로 면장을 공모해 신길호 포항 노다지마을 대표를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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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낙안읍성으로 유명한 전남 순천 낙안면에서는 새해 특별한 행정 실험이 이뤄진다. 주민들의 참여로,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 가운데 뽑은 면장이 지역 발전을 이끌어내는 실험이다.
순천시는 25일 “낙안면장으로 신길호(51)씨가 선정돼 다음 달부터 근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낙안면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오른 낙안읍성을 품고 있다. 200여 채의 초가집과 성곽 등 조선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관광지이자 배와 오이로 유명한 고장이다. 3449명의 주민이 모여 산다.
순천시는 낙안면장 자리를 공무원은 물론 일반인도 지원 가능한 개방형직위로 선정한 뒤 공모를 거쳐 신씨를 최종 선발했다. 민간인 읍면동장은 전국적으로 두 번째다. 2016년 서울 금천구 독산4동장으로 민간인이 뽑혔지만, 지방과 읍면 단위에서는 처음으로 나왔다.
청년 시민활동가 출신 경쟁 후보를 제치고 최종 선발된 신씨는 순천 인접 지역인 고흥군 출신이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군 생활을 하다가 해병대 소령으로 전역했다. 이후 포스코 자회사 기획실장 등을 거쳐 7년 전 포항으로 귀촌한 농업인이다. 농업회사법인 설립 후 직원 28명과 함께 약 66만㎡ 규모로 농사를 지으며 가공ㆍ유통ㆍ체험 등으로 연매출 10억원을 올렸다. 마을기업 전문가로 꼽힌다. 현재 포항에 살고 있는 신씨는 낙안면으로 이사할 예정이며 공무원 겸직 금지 규정에 따라 농업회사법인 운영은 가족에게 맡겼다. (출처 : 중앙일보 2018. 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