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시민 상주’ 일기] 200일 머문 팽목항 떠납니다
이제 팽목항을 떠나려 합니다.
비바람과 태풍속에서도 견뎌왔고! 모기와 벌레들에게 수 없이 물어 뜯겨 밤 잠을 설치면서도 가족 분들의 아픔과 고통보다는 덜하였기에 참고 견디었습니다.
오월 어느 날 무섭게 몰아 친 폭풍우에 백여 동의 천막이 흔들거리고 쓰러져가는 모습을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한 동 두 동 정신없이 3일 동안 박고 묶고 씌우고 100여 동을 수리하고서야 주저앉아 담배 한 대 물었습니다.
흠뻑 젖어 떨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 민지 엄마께서 옷과 신발을 건네주면서 감기 걸리지 말라고 위로해 줬습니다. 왈칵 눈물이 났습니다. 2~3일만 팽목항에 머문다는 것이, 민지 엄마 아빠의 슬픔과 고통을 보니 떠날 수 없었습니다
어느덧 200여 일이 지났네요. 이곳을 떠나야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몸은 힘들었어도 견딜 수 있었던 건 가족 분들의 아픔을 함께한다는 스스로의 위안이 버팀목이 됐고, 수많은 국민이 함께해줬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려했는데….
그동안 세월호의 아픔을 온몸으로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팽목항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광주에 왔습니다.
늦가을의 차가운 바닷가에서, 아직도 물 속에서 신음하고 있을 아홉 명의 억울한 주검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김정수<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