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 반발로 새묘지 못구해 곳곳서 갈등● 충남 연기·공주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에서 최근 묘지 이장 작업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오는 20일 행정도시 착공을 앞두고 분묘 이전 작업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마을 뒷산이나 야산 곳곳이 황토색 속살을 드러내며 파헤쳐진 상태다. 12일 오전 연기군 남면 종촌리. ‘분묘 이장, 납골묘, 화장 가능….’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장묘업체 광고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 있고, 인근 야산 중턱에선 묘지를 이장하는 인부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장묘업자 한승희(48)씨는 “작업이 계속 밀려들어 쉴 틈이 없다”며 굵은 땀방울을 훔쳐냈다. 행정도시 예정지 내 이전 대상 묘지는 무연묘를 포함해 2만5000여기(基). 아산 신도시 1만기의 2.5배에 달한다. 묘지가 많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인데다 500여개 문중 묘가 산재해 있어서다. 중심행정타운 등 1단계 사업지구는 전체 분묘 2100여기 가운데 700여기가 옮겨져 33%의 이장률을 보였다. 분묘이장 특수를 잡기 위해 장묘업체들도 대거 연기군으로 몰리고 있다. 군(郡)의 정식 허가를 받은 업체는 20여개로 1년 만에 배로 늘어났다. 사무실도 없이 현수막만 내걸고 영업하는 무허가 업체도 5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묘지 이장을 둘러싼 마찰도 곳곳에서 벌어진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새 묘지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문중 묘지로 쓰려고 땅을 구입해도 해당 지역 주민들 반발로 작업할 수 없어 애태우는 경우가 많다. 예정지 내 최대 문중인 부안 임씨 보본공파 종회장 임동일(64)씨는 “이장지를 구해도 작업차량을 막고 반대하는 해당 지역 주민들을 무마하기 위해 마을 발전기금 명목으로 수천만원씩 줘야 겨우 묘를 쓸 수 있다”며 “고향을 떠난 설움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행정도시건설청은 예정지 주민들을 위해 2009년까지 연기군 남면 고정리에 화장장·납골시설·수목원 등을 갖춘 종합장례단지를 완공할 계획이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가 이전비와 부대비용을 합쳐 기당 267만~376만여원을 분묘 보상금으로 지급한다. 그러나 이장할 땅이 없는 주민들에겐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며칠 전 증조부와 조부모 묘를 개장해 화장 처리한 김명학(36)씨는 “조상님 뵐 면목이 없다”며 “서둘러 이장해야 하는 주민들에겐 종합장례단지도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임병옥(71)씨도 “돈 없으면 조상 유골조차 모시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영세민을 위한 장묘단지를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덤핑 공세를 펼치는 일부 무허가 장묘업체들이 유골을 함부로 다뤄 마찰을 빚기도 한다. 유골을 어설프게 수습하거나 트럭에 짐을 부리듯 성의 없이 운반하는 볼썽사나운 광경도 목격된다. 주민 박재한(58)씨는 “땅을 물려준 조상들이 정작 후손들에게는 홀대받는 격”이라며 “이래저래 씁쓸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묘지를 파헤친 후 매장이나 화장 등 이장 방식을 놓고 가족 간에 갈등을 빚는 사례도 있다. 주민 유재수(54)씨는 “며칠 전 이웃에서 이장작업을 하던 중 형제 간 다툼으로 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