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보증금 못받는 제도악용…사기죄 고소될수도 ●최근 외국에 노인을 방치한 뒤 청부살인까지한 사건이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고 있지만 국내에서도 요양병원에 환자를 맡긴 뒤 가족들이 연락을 끊는 "현대판 고려장"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입소보증금 부과가 금지되면서 이런 경우 병원측의 피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 요양병원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 요양병원이 현대판 "고려장"? H병원에 입원해 있는 K씨(27·남)는 현재 병원의 골칫거리로 전락해 있다. 200만원이 조금 넘는 치료비가 부과돼 있지만 가족들이 병원비를 내지 못하겠다며 연락을 끊어 버렸기 때문이다. A병원에 입원한 C씨(59·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편이 재혼하면서 연락을 끊어버리고 자식들조차 연락을 받지 않는다. 참다 못해 주소지를 찾아가니 아예 문이 잠겨 있고 보호자들은 아예 전화가 결번으로 나온다. C요양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같은 일들은 최근에도 왕왕 벌어지는 일이며 경우에 따라서 심각해 지기도 한다. C요양병원 원장은 "약 5000만원까지 미납하는 경우가 있어 주소도 확인해 보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취해 봤지만 딱히 방법이 없다"며 "방법이 없으니까 계속 환자를 모시고 있으면 결국 누군가 나타나 상을 치루기는 하더라"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 보증금 못받는 법적 헛점 이용 이같은 피해를 병원측에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보증금을 받는 방법뿐이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도덕적으로 환자 가족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지운다는 측면도 있지만 법적으로도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2007년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 가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건복지가족부는 한달에 100만~200만원에 달하는 요양급여 본인부담금을 40~60만원으로 줄이면서 입소보증금을 없했다. 그 이전에만 해도 요양병원들은 300만~900만원, 고급 요양병원의 경우 5000만원에 달하는 입소보증금을 내야했다. 이같은 제도개선은 환자 가족들의 비용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정책이지만, 병원들 입장에서는 자칫 환자나 그 가족들이 이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문제는 이대로 방치할 경우 이중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에서 소득 신고를 누락한 것으로 보고 조사가 들어올수도 있으며 극히 드물기는 하지만 환자를 아예 방치하고 찾아가지 않을 경우 심한 경우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장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 법적으로 사기죄 적용, 적극적 대응해야 이처럼 방치된 환자가 생길 경우 법률 전문가들은 법적인 대응을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서로법률사무소 김계환 변호사에 따르면 이처럼 현대판 고려장을 치르는 환자 가족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죄명은 "사기죄"다. 처음부터 병원비를 줄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생명에 위험을 주지는 않기 때문에 유기죄는 아니라는 해석이다. 사괴죄를 적용할 경우 병원측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재산압류"다. 실제로 앞에 제시한 H병원에 입원한 K씨의 경우 병원이 가족들을 상대로 사기로 고소, 부동산을 압류하고 있으며 C씨의 경우도 A병원에서는 사기죄로 고소를 준비중이다. C요양병원 원장은 "환자들이 방치될 경우 병원에 입원 시킬 때 소득증명이 되는 것도 아니고 시설로 보낼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난감하다"며 "이 때문에 일부 병원들은 보증금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병원들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