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화천군 풍산리 야산 기슭에서 미군 장병 11명이 이런 문구를 새긴 셔츠를 입고 국군 장병들과 함께 땅을 파고 흙을 체로 걸러가며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이들은 미 합동 전쟁포로 실종자 확인사령부(JPAC) 소속 군인들. 이들은 한국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26명과 함께 6·25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국군과 미군이 본격적으로 유해 발굴 전 과정을 함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도 부분적으로 협력하긴 했으나 지난해 8월 공동 발굴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으면서 차원이 달라졌다. 이들이 풍산리를 찾게 된 건 간단한 제보 한마디 때문이었다. 주민 이모(75)씨가 작고한 부친으로부터 마을 앞에 놓여 있던 미군 유해를 뒷산에 묻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한 것. 화천 일대가 1951년 6월 미 9군단 예하 7사단과 24사단이 중공군과 격전을 치러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곳이라 제보는 신빙성이 있었다. 양국 발굴단은 지난 14일부터 이 야산에 삽을 대고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심정으로 발굴을 시작했다. |
유해 발굴은 고단한 작업의 연속이다. 수십명의 장병들을 보내 열심히 땅을 파지만 아무것도 건지지 못할 때도 많다. 유해를 찾더라도 누군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0년 시작한 유해발굴 사업을 통해 지난해까지 국군 전사자 유해 2855구를 찾았지만 신원을 확인한 건 74명, 유가족까지 찾은 건 44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사업을 중단할 순 없다. JPAC 발굴팀장 마크 웰치 대위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을 위해 예산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건 당연하다"며 "미군의 힘은 JPAC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부친이 2차대전 참전용사라는 실버스틴 박사는 "국가가 군인들에게 만약 당신이 싸우다 외국에서 전사하면 우린 절대 잊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유해를 되찾아 오겠다는 메시지를 남기는 게 JPAC의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박신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대령)은 "국가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을 국민이 알아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511구 유해를 찾았으며 연말까지 1000구 발굴을 목표로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