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바닥친 인생"을 털어놓다. ▶"서기관으로 일했던 과천청사 앞에서 막노동할 땐 눈물이… 공직 소중히 여기길"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 농촌인적자원개발센터 강당. 농촌진흥청 공무원 등 120여명이 흥미롭게 지켜보는 가운데, 서울 종로에서 스피치(speech·화술) 학원을 운영하는 이강성(李講盛·48)씨가 강단에 섰다. 이씨는 원래 공무원이었다. 행시 32회인 그는 농림부 등에서 12년간 근무하다가 주식에 빠져 직장과 가족을 모두 잃었고, 공사장 잡부로 근근이 먹고살다가 화술 강사로 재기(再起)에 성공했다. 이날 강연은 옛 직장인 농림부(농림수산식품부) 직원들의 초청으로 자신의 인생역정을 솔직히 털어놓는 자리였다. 그는 청중에게 "공직을 소중히 여기라"고 했다. 허황한 꿈을 꾸지 않고 "지금 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이씨의 고향은 경남 산청이다. 중3 때 중풍으로 고생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학업을 포기했다.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27세에 행정고시 32회로 합격해 12년간 농림부 등에 근무했다. |
부인은 결국 두 아이를 데리고 중국으로 떠나 연락이 끊겼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이씨는 13㎡(4평)짜리 월세 방에 혼자 살았다. 2002년 어느 날, 방을 꽉 채운 주식 책을 정리하다가 행시 합격 수기집을 발견했다. 행시에 합격한 뒤 이씨가 쓴 글도 실려 있었다. 이씨는 "오래전에 쓴 글에서 "어머니가 남의 집에 품팔이를 다녀오면서 새참으로 나온 빵을 몰래 싸다가 내게 주셨다"는 대목을 읽고 가슴이 터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그날 밤 월세 방 근처 공터에서 그동안 모은 주식 관련 자료를 모두 태워 없앴다. 이후 이씨는 공사장에서 노동을 하며 먹고살았다. 그는 "하루는 인부들을 태운 버스가 정부 과천청사 앞을 지났다"며 "청사 근처 비닐하우스에서 옹기를 옮기는 동안 "한때 내가 저기서 서기관으로 근무했는데…" 하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다가 조장에게 욕을 먹었다"고 했다. 인생의 전기는 2003년 봄에 찾아왔다. 이씨는 일이 없는 날 전철을 타고 서울 시내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가 교대역 근처에서 "자신감 회복"이라는 간판을 발견했다. 화술 학원이었다. 소심한 직장인,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지는 취업준비생 등 10여명이 강사의 지도에 따라 "가능하다! 할 수 있다!"라는 문장을 큰 소리로 복창하고 있었다. 이씨는 이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강사가 "소질이 있다"고 칭찬했다. 이씨는 꾸준히 학원에 다니다 2005년 화술 강사로 나섰다. 이름도 "재성(在成)"에서 "강의로 성공하자"는 뜻에서 "강성(講盛)"으로 바꿨다. 지난 3월에는 50㎡(15평)짜리 학원도 냈다. 노조원들에게 좀 더 설득력 있게 연설하고 싶다는 노조 위원장, "직원 교육"을 담당하게 된 회사원, 학원 강사가 되고 싶은 주부 등 10여명이 그에게 화술을 배우고 있다. 이씨는 제자들에게 "매일 열심히 정직하게 일해서 한 단계씩 올라가는 인생이 최고"라고 강조한다. [출처-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