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신종 인플루엔자로 중증환자가 발생한 사실을 숨겨오다 환자가 사망하고 장례를 치른 뒤에야 보건당국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나 은폐의혹이 일고 있다. 12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A병원은 지난달 21일 입원한 폐암환자 박모(55) 씨가 이튿날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이같은 사실을 보건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 환자는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받았으나 입원 중 발생한 심각한 장출혈로 인해 지난 5일 사망했다. A병원은 이런 사실을 환자의 유족들이 4일장을 치른 다음인 8일에야 당국에 보고했다. 현재 신종플루 환자 중 입원치료를 받는 중증환자의 경우 보건당국에 신속하게 보고하게 돼 있다. 신속한 역학조사로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고 중증환자 관리를 강화해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병원이 중증환자 발생을 숨김에 따라 보건당국은 이같은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으며, 사망 후에도 늑장보고에 따라 환자의 정확한 사인규명이 불가능하게 됐다. 보건당국은 병원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기저질환(폐암)으로 인한 장출혈’을 사인으로 판단해 박씨를 신종플루 사망자로 집계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족 측은 신종플루 치료로 인해 박씨가 갑자기 숨졌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족 박모(32) 씨는 “지난 8월 중순 아버지가 폐암진단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병원은 적어도 6개월, 길게는 18개월을 더 살 수 있다고 했다”며 “병원이 장례를 치른 후에야 ‘신종플루 사망자’로 당국에 보고하는 바람에 사인을 규명할 기회를 놓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타미플루 투여 후 ‘바이러스 음성’으로 전환된 뒤에도 계속 약물이 투약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유족들은 약물치료 부작용 가능성도 제기했다. A병원 측은 늑장보고 지적에 대해 “치료 중 신종플루 바이러스 음성으로 전환돼 신종플루가 치료된 것으로 간주해 사망 직후 바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이와 관련, “아직 늑장보고, 은폐의혹 등에 대한 진상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진상이 밝혀지는대로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