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라디오를 들고가던 남자 주인공이 행인과 부딪친 뒤 이렇게 내뱉자,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등장인물의 입과 대사가 맞지 않는 장면이 나오자 한 쪽에서 두 팔에 손자를 안고 있던 할아버지의 입꼬리도 위로 올라갔다. 지난 19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올림픽기념관에 있는 소극장에 100명이 넘는 60~70대 노인이 모여 2시간 동안 흑백 영화를 봤다. 80개의 좌석이 모자라 극장 통로에 간이의자를 40개나 놓았다. 이 날 상영된 영화는 "맨발의 청춘". 1964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국회의원의 딸과 건달의 사랑을 담은 멜로드라마로, 당시 최고 배우였던 신성일, 엄앵란씨가 주연을 맡았다. 서울에 극장이 십여개에 불과하던 시절, 관객수 25만여명을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안산시 시설관리공단 제공 이날 안산시에 사는 노인들을 위한 영화관인 "브라보 청춘극장"이 문을 열고 첫 상영회를 가졌다. 극장을 찾은 노인들은 추억의 영화를 보며 감회에 젖었다. 60대의 한 할머니는 "결혼하고 애들 키우느라 이런 영화를 잊고 있었는데 여기서 틀어준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왔다"며 "나도 60년대에는 서울 종로와 충무로에 있는 국제, 국도, 대한, 명일 극장 등을 하루종일 돌아다녔던 영화광이었다"고 했다. 안산시 시설관리공단이 멀티플렉스같은 대형영화관을 찾는 것을 어색해하고, 현란한 영상의 최신 영화를 불편해하는 노인들을 위해 매달 첫째, 셋째 주 월요일 오후 2시에 노인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을 마련했다. 관람은 무료다. 공단 관계자는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브라보 청춘극장"을 준비했다"며 "아름다운 노년생활의 추억을 제공함은 물론 행복한 문화생활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다음달 2일에는 산골 노부부와 나이 먹은 일소의 일상을 담은 독립영화 "워낭소리"를 상영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