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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

“좋은 사람만 사랑한다면 무슨 가치가 있나요”

 
▶사형수의 대모" 조성애 수녀
◇30여년간 매일 사형수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느라 오른손 중지에 굳은살이 박혀 있는 조성애 수녀는 “이 편지가 외로운 사형수들에겐 지푸라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하의 날씨로 옷소매를 여미게하는 16일 오전. 서울 산천동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원에서 만난 조성애(77·쟌 마르코) 수녀는 “사형수들의 마음처럼 추운 날씨”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사형수의 대모’라고 불리는 조 수녀는 인터뷰 내내 ‘우리 애들’이라고 부르는 ‘사형수’들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조 수녀는 사형수들의 삶에 대해 알리고 싶어 최근 ‘마지막 사형수’(형설라이프)라는 책을 내놓고 가슴을 태우고 있다. 1997년 사형집행을 받은 청년 김용제의 참회글과 조 수녀의 편지를 담은 책. 자신을 일부 모델로 삼은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조차 부끄러워서 다 못 읽었다는 수녀는 사형 폐지 운동에 보탬이 된다는 주변의 설득에 못 이겨 책을 내고도 “용제야 미안하다”고 말했다.

# 삶이란 외로운 이들의 지푸라기가 돼 주는 것

한국은 지난 12년간 사형 집행이 없는 사실상의 사형 폐지 국가이지만 제도적으로는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사형수는 60여명. 수녀는 매주 화요일 사형수와 장기수들이 있는 서울구치소에 면회를 간다. 또 매일 사형수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는 틈틈이 사형수들의 부친이 사망하면 장례식장도 지켜주고, 형이 결혼하면 참석해서 사진을 찍어다 보여주는 일도 그의 몫이다. 그래서 12년 전 사형대에 오르기 직전 조 수녀를 찾은 사형수 김용제는 “인간 대접해 주신 것에 감사 드리고 짧으나마 인간답게 살다 간다”는 유언을 남겼다.

죄는 밉지만 죄인은 미워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심지어 ‘죄인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조 수녀의 얼굴에선 빛이 났다. “그들 속의 두려움이 경직된 근육과 표정으로 나타나죠. 하지만 몇 달 만에 눈 녹듯이 변화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면 근육도 예뻐지고 표정도 맑아집니다.” 수녀는 대부분 극빈자에 비뚤어진 가정환경 속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환경의 청년들이 범죄자가 된다면서 이 사회가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다. “사형수를 미화시키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힘으론 삶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던 사람들이 누군가의 관심에 의해, 신앙에 의해 선한 걸음마를 시작하는 그 순간에 사형이 이뤄진다는 건 비극이죠.”

연쇄살인범이나 흉악 살인범이 잡혀 ‘죽여라’ ‘얼굴 보여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을 때마다 수녀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진다. “사형수들은 집행장을 ‘넥타이 공장’이라고 불러요. 오늘이 넥타이 공장에 불려갈 때가 아닌지, 날마다 수없이 죽었다 살아납니다. 너무 잔혹하지 않나요.”

사형제 폐지에 대해 가해자의 인권만 있고 피해자의 인권은 없느냐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하지만 사형수와 피해자 가족들을 함께 뒷바라지해왔던 수녀는 “사형이란 가해자에겐 참회의 기회를, 피해자에겐 용서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용서를 못 한 피해자들은 사형 집행 이후에도 행복해하지 않더군요. 용서란 타인에게도 자신에게도 아름다운 사랑입니다.”

# 사형 집행장에서 거룩한 죽음을

수녀원 입회 무렵부터 사형수 등 죄수들을 위해 살고자 기도했다. ‘왜 하필’이냐는 질문에 수녀는 “좋은 사람만 사랑하고 교육한다면 무슨 가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가장 외로운 이들의 지푸라기가 돼주는 것이니까요. 인생에서 배운 것은 미움과 배신뿐인 사람들, 그래서 막장 인생에서 나쁜 짓을 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고 싶었지요.” 하지만 할머니 수녀들이 “너무 어리다”고 해서 편지로 사목을 시작 한 게 1977년. 사형수들과의 직접 대면은 환갑 넘어 89년에서야 이뤄졌다. “막상 처음 구치소에 갔는데 긴장되더라고요. 내성적인 성격의 사형수가 고개를 숙이고 있기에, 사형수의 손등 위에 손을 포개 어루만졌어요. ‘손이 이렇게 예쁘구나. 나보다 더 예쁘네’라고 말했죠. 그 말 한마디에 말문을 열더군요.”

‘못 볼 것을 많이 봤다’고 말하는 수녀는 사형수들의 집행 현장을 목도하면서 삶의 이유를 깨달았다고 했다. “97년 문민정부 하에서 한꺼번에 23명의 사형 집행이 일어났죠. 대구에서 집행한다는 연락을 받고 새벽 3시에 택시를 타고 갔어요. 그런데 사형수들이 그렇게 예쁘게 죽을 수가 없어요. 노름빚에 빠진 엄마를 목 졸라 죽인 사형수가 있었는데, 막 울대요. ‘가고 싶지 않지?’라고 물었더니 그래요. ‘하느님 나라로 가서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따뜻한 사랑을 사형수 된 다음에 교도소에 와서 처음 받아 보았으니까요.’”

사형수 5인의 형장은 거룩했다. 수녀는 “사람이 태어나는 것이 아름답게 죽기 위해서”임에 전율했다고 했다. 서울대 간호학과 출신으로 간호수녀로 일했던 수녀는 병원에서 수없이 살려달라고 몸부림치던 사람들을 겪었던 터였다. “난 사람을 믿습니다. 학교든 종교든 인간은 교육을 통해 변화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녀를 만난 이후 사형수들은 새로운 입소자들의 발을 씻겨주고 화장실 청소를 자청하며 회개의 삶을 배우기 시작했다. 북한 어린이들이 굶어 죽는다는 소식을 듣고는 영치금을 빼서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사형수도 있었다. “교도소에서 반찬이 나와도 내가 맛난 반찬을 덜 먹는 희생,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 하는 것도 선행이라고, 내 영혼만이 아는 선행은 얼마나 아름다우냐고 말해주지요. 우리 모두 마찬가지예요. 1시간 후에 욕심이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순 있어도 또다시 일어나 (회개의) 길로 돌아가는 게 인간 아닙니까.”

수녀가 무엇보다 사형 폐지운동에 나서는 것은 “또 다른 사형수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사형수 가족은 3대까지도 사형수로 괴롭게 살며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조 수녀는 미국 버지니아공대 사건 당시 ‘네가 그리도 도움이 필요할 때, 우리는 손을 내밀 줄 몰랐구나’라며 희생자와 함께 조승희의 이름이 적힌 풍선을 날려주던 사람들의 마음에서 천국을 찾자고 이야기한다.

“밉고 싫은 것들에 마음의 문을 열고 용서와 감사를 베푼다면 우리나라도 죽음의 문화에서 생명의 문화로 거듭날 것입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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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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