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곡’은 많지만 ‘사부곡’은 흔치 않다. 어머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더 무겁고 힘들기 때문일까. 소설가 한강은 아버지 한승원을 두고 “오랫동안 아버지에 대한 글을 피해 도망다녔다”며 “ ‘귀밑머리 희어질 때쯤 쓰겠습니다’라는 말이 내가 정해둔 변명이었다”고 말했다. 문인들이 쓴 아버지 이야기, 문인을 아버지로 둔 이들이 쓴 이야기를 묶은 산문집 <아버지, 그리운 당신>(서정시학)이 출간됐다. 황동규, 마종기, 조정래, 박범신, 정호승, 서하진, 공지영, 정지아, 김애란 등 작가들이 세대를 망라해 우리 시대 아버지의 초상을 이야기한다. 소설가 황순원의 아들인 시인 황동규는 거듭된 설득에 6개월 만에 청탁에 응했다. 황 시인이 숨겨둔 이야기 속에는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과 함께 같은 작가로서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쓴 시인의 자의식이 느껴진다. 그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문학을 한다면 둘 사이에 체험 쟁탈전이 어떤 형태로든 생기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그는 시·소설 외에 잡문을 쓰지 않았던 아버지와 달리 다섯 권의 산문집을 펴낸 것, 그리고 문학 이외의 글은 읽지 않았던 아버지와 달리 역사·철학·종교학 책을 훨씬 더 많이 읽었던 것을 회고하며 “다르게 살려고 한 것은 틀림없다”고 털어놓는다. 이 밖에 소설가 조정래가 승려이자 시조 시인이었던 아버지 조종현에 대해 회고하고, 아동문학가 마해송의 아들 시인 마종기는 머나먼 타국에서 아버지의 부고를 접하고도 돈이 없어서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던 사연을 털어놓는다. 서동권 전 검찰총장의 딸인 소설가 서하진씨는 그저 엄격하고 무섭고 빈틈없던 아버지가 소설쓰는 자신을 미심쩍게 여겼으면서도 오래도록 문예지에 실린 글까지 찾아서 읽는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전한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1980년대 대학에 들어가 학생운동에 참여하며 아버지와 멀어지기 시작했지만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바쁘게, 멋쟁이로 사는 아버지에게 “내가 그와 너무도 닮은 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또 기쁘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