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은 직후부터 무덤에 묻히기직전까지 그려 ▶“죽음은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거늘, 육신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겨 소유물이 소멸된다는 생각 때문에 편안히 눈을 못 감는 것이지요.”(‘대화’ 중에서·법정 외 지음) 법정 스님이 생전에 소설가 최인호와 대담하면서 죽음을 두고 한 말이다.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듯, 죽음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보통사람이 죽음을 삶의 한 자락, 자연 흐름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죽음은 모든 불안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사망 선고가 내려진 환자가 다시 눈을 뜨는 ‘라자루스 신드롬(Lazarus syndrome)’이 발생하면, 환자의 사망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한다. 라자루스 신드롬은 “예수께서는 ‘나사로야, 나오너라!’ 하고 큰소리로 부르셨다. 그러자 나사로가 수의를 입고 붕대로 얼굴과 머리를 싸맨 채 나왔다”는 성경 ‘요한복음’(11장 43∼44절)에서 유래했다. ‘애프터 라이프’는 사람이 죽고 난 직후부터 무덤에 묻히기 직전까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놀라운 상상력으로 다룬 영화다. 15세이상관람가, 9월2일 개봉. |
사고 후 눈을 뜬 애나는 자신이 한 장의사의 집 시체실에 누워 있음을 알게 된다. 그녀는 “난 아직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의사 엘리엇(리암 리슨)은 단지 무덤에 묻히기 전 3일간 영혼이 떠도는 것일 뿐이라며 삶에 대한 애착을 버리라고 한다. 애나는 “내가 죽었다면 어떻게 당신과 대화하죠?”라고 물으며 탈출을 시도하고, 아직 못다한 사랑이 있음을 절절히 깨닫기도 한다. 애나의 약혼자 폴은 죽은 애나의 시신을 보기 위해 장의사를 찾지만 그의 반대로 보지 못한다.장의사에 대한 의문이 깊어지는 가운데 애나를 목격했다는 아이가 나타나고, 폴도 그녀에게서 걸려온 듯한 전화를 받는다. 자신은 살아 있다고 믿는 애나와 죽음을 설득하는 장의사 엘리엇. 둘의 대립은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 채 정점을 향해 치닫는다. 상영시간 103분이 훌쩍 지나간다. 감독이 이 영화에서 노린 건 사람들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니 육박한 죽음 앞에서 간절히 삶을, 사랑을 깨닫게 하려는 것인지 모른다. “숨을 쉰다고요, 전 살아 있어요”라고 말하는 애나에게 장의사는 “숨 쉬고 대소변을 본다고 살아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묻는다. 그러면서 삶과 사랑에 온전히 깨어 있지 않았기에 “아마 너는 오래전에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Maybe you died a long time ago)”라고 말한다. ‘쉰들러 리스트’와 ‘마이클 콜린스’ 등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선보이며 오스카상을 거머쥔 리암 리슨은 말 한마디와 움직임 하나로 의문과 불안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왜 죽나요”라는 애나의 질문에 “삶을 더 소중하게 하기 위해”라고 답하는 장의사의 모습은 얼핏 공자를 떠올리게 한다. 제자 계로가 공자에게 “감히 죽음에 대하여 묻습니다”라고 말하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아직 삶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 수 있겠느냐.”(曰 敢問死 曰 未知生 焉知死·‘논어’ 선진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