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현황 생긴 후에 어허라 달구, 일월영책 되어세라 어허라 달구…" 충북 단양군 영춘면의 선소리꾼 고종식(66)씨. 그는 이 마을에서 태어난 39년 경력의 선소리꾼이다. 18일 마을에서 만난 고씨는 기력이 달릴 나이인데도 여전히 장마에 큰물 나가 듯 우렁한 회다지 소리를 선보였다. 초등생 시절부터 소리가 좋았다는 그는 26살 되던 해에 마을 소리꾼이었던 고 정해원씨에게서 소리를 배우고 그 이듬해부터 요령잡이(선창하는 이)를 시작했다. 성격이 털털한데다 상례에 밝고 사설과 소리가 좋아 선소리꾼은 물론이고 호상 역할까지 하다보니 상갓집에서 인기가 좋았다. 당시만 해도 대틀이라는 큰 상여가 있었다. 상여를 드는 데만 32명이 필요하고 소리꾼도 3명이 붙어야 하는 "대형" 상여였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모두 빠져나간 요즘에는 10명이면 들 수 있는 작은 상여를 쓴다. 이마저도 사람이 없어 다른 마을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장례문화가 갈수록 간소화되면서 소리꾼을 찾는 상갓집도 크게 줄었다. 과거에는 1년에 50~60회를 불려 나갔지만 이제는 20~30회도 많은 편이다. 특히 선소리를 배우려 하는 젊은이가 없다는 것이 그를 아쉽게 한다. 인근 다른 마을의 김주호(54)씨가 고씨의 유일한 후배(?)다. 고씨는 "젊은 사람들이 없어 소리를 전수해 줄 사람이 없고, 다들 장례예식장으로 나가면서 선소리꾼도 더이상 필요없는 세상이 됐다"면서 "아마도 우리 마을에서는 내가 마지막일 것이여…"라며 아쉬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