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력 강하신 엄마는 참으로 부지런하고 모든 일에 열심히셨죠. 혼자 몸으로 밤잠 안 주무시고 삯바느질 하시어 우리 삼남매를 키우셨죠. 어떤 때는 우리가 밥을 다 먹어 치우고 빈 솥단지만 남겨 놓았을 때, 일하고 돌아오신 엄마는 부엌에서 맹물 한 사발 들이키고 주무셨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때 저희 삼남매 철이 없어 몰랐어요.…이하 생략” 제1부 그리움 -작은 딸-
“이렇게 혼자 와 보고 싶었어요. 꼭 혼자 와 보고 싶었어요. 그래야 마음껏 울어도 보고, 보고 싶다 말도 해 볼 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어머님이랑 당신한테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치마도 입고 왔어요.…이하 생략” 제2부 사랑 -남편을 먼저 보낸 어느 아내-
“아빠! 나 왔어요. 울지 않으려고 예쁘게 화장도 하고 왔는데, 오는 발걸음 한 걸음마다 눈물이 멈추질 않네요. 아버지, 살아생전에 불러본 적 없는 그 이름.…이하 생략” 제3부 고마움 -딸이-
“그래도 한번쯤은 들여다 볼 줄 알았는데… 평안하신가보오. 허기사 이곳보담이야 어련하시겠소?//밉소…아직도 사랑타령이나 할 만큼 너무 많은 추억을 주고 간 당신이 너무나 밉소//보고싶어 견딜 수 없을 땐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눈 안에 들어오는데 그 곳에 당신이 함께 왔으면 좋겠소…이하 생략” 제4부 우리인생 -어느 남편의 시-
딸이 어머니를, 아내가 남편을, 딸이 아버지를, 남편이 아내를 그리워하는 영혼 우체국의 편지들이다. 대전시설관리공단이 추모편지 모음집 ‘아름다운 여행’을 발간했다. ‘아름다운 여행은 하늘에 계신 분에게 못다 한 사연과 하고 싶었던 이야기 등 유족들의 소중한 편지글을 모아 그리움·사랑·고마움·우리인생 총 4부로 구성했다.
추모편지의 수신과 발신은 모두 대전시립공원묘지(봉안당)다. 지난 2002년 유족들이 남긴 편지 4700여 통 중 일부를 발췌해 단행본으로 내놓은 것이 벌써 일곱 번째다. 곁에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모르지만 죽음이 천륜을 갈라놓은 뒤에야 그리움과 회한이 사무치게 밀물진다고 산자들은 말한다. 그래서 추모의 편지는 우리들이 귀담아 가슴에 새겨야 할 가족사랑의 교과서로 평가된다.
공단 관계자는 “이 책자가 유족들의 슬픈 이별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어 힘들거나 지난 행복했던 시간들을 그리움으로 간직하고픈 사람들에게 기나긴 추억여행의 시작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