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쓰러진 현대엘리 남병현씨 "마지막 봉사" 감동 아내 김유리씨 "남편의 눈·심장, 평생토록 내 기억에 남을 것" 한 평생 남을 위해 살아온 한 40대 노동자가 죽음을 바로 눈 앞에 두고 "마지막 봉사"를 실천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자신을 희생해 숭고한 사랑의 실천을 몸소 보여준 이는 최근까지 현대엘리베이터(회장 현정은)에서 기능직(과장급)으로 일했던 남병현(48)씨.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남편인 남씨는 아주 평범한 40대 가장이었다. 남씨는 성실함을 바탕으로 20년 넘도록 한 직장에서 자랑스런 노동자로, 그리고 노조원으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회사일과 노조일에 애정을 갖고 생활했다. 특히 그는 현대엘리베이터의 19년 연속 무분규를 달성하는데 앞장서 노력했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때문에 현대엘리베이터 노조는 모든 문제를 노사간의 대화와 합의로 해결한다는 기본 원칙을 갖고 있으며, 회사는 노조를 대화의 상대임과 동시에 경영의 한 축을 담당하는 파트너로 인정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대기업으로서는 최초로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상 전권을 사측에 위임하면서 재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남씨에게 이달 초 갑작스런 시련이 찾아왔다. 평소와 다름없이 회사 일을 마치고 과중한 업무에 지친 몸을 추스르던 남씨가 갑자기 쓰러진 것.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출혈로 쓰러진 그는 현재 뇌사 상태로 서울 아산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그의 병상은 반평생을 같이 해온 아내 김유리(48)씨와 노조를 함께 이끌었던 직장 동료들이 함께 지키고 있다. 보건소의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아내 김씨는 "평생 남을 위해 봉사하며 일밖에 모르던 남편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면서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함께 기도해주고 있다. 가족들은 남편이 반드시 일어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쓰러진 남편의 병상을 지킨지도 어느덧 보름이 되던 지난 27일 밤 김씨는 꿈 속에서 남편을 만났다고 한다. 남편은 작고 나직한 목소리로 평소 자신에게 입버릇처럼 해왔던 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고 한다. 김씨는 "남편은 평소 "이기심을 버린 담담한 마음, 도리를 알고 가치를 아는 마음으로 나의 마지막 봉사는 장기 기증으로 마감할 것이다. 단, 나의 장기는 힘없고 돈 없는 이들에게 가치 있게 쓰여 지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어 "남편의 숭고한 뜻은 남겨진 두 아이와 세상에 남아 있을 그의 눈과 심장과 힘찬 맥을 통해 평생토록 제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