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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죽음의 상업화 시대, 죽음이 죽는다

▶호화 장례로 망자 예는 형식뿐, ‘일회용 컵’처럼
▶죽음도 무소유했던 법정, ‘검은 의식 윤회’ 끊어
▶종교계에서 ‘죽음의 상업화’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장례식을 거부한 법정 스님의 죽음이 장례의식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준 데 이어 최근 가톨릭 평신도 신학연구단체인 우리신학연구소가 펴내는 연간지 <우리신학>이 ‘죽음, 그 영성과 상업화 문제’라는 특집을 통해 ‘죽음의 상업화’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법정 스님은 ‘장례’를 ‘검은 의식’이라고 지칭했다. ‘번거롭고 부질없는 검은 의식을 행하지 말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며,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고,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하라’는 게 그의 유언이었다.

 


▶‘내 몸 본래 없었고 마음 또한 머문 곳 없으니…’
 
법정 스님의 유언은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었다. 법정 스님은 자신의 저서와 법문을 통해 남악현태를 비롯한 선사들의 죽음을 소개하곤 했다. 그가 2003년 길상사 개원 6돌 법회 등에서 언급한 9세기 당나라 때의 남악현태 스님은 외떨어진 암자에서 홀로 맑게 살았다. 예순다섯 살 되던 어느날 그는 산 아래로 내려가서 길가던 한 스님을 청해 화장을 당부한다. 미리 나무를 암자 앞에 쌓아둔 그는 가사를 입고 장작 위에 앉은 채 ‘불을 당겨달라’고 청한다. 그가 이때 남긴 임종게(죽을 때 남긴 시)의 내용은 이렇다.

‘내 나이 올해 예순다섯, 사대(지·수·화·풍)가 주인을 떠나려 한다. 도는 스스로 아득해서 그곳에는 부처도 없고 조사도 없다. 머리 깎을 필요도 없고 목욕을 할 필요도 없다. 한 무더기 타오르는 불덩이로 천 가지만 가지가 넉넉하다.’법정 스님은 또 ‘내 몸 본래 없었고 마음 또한 머문 곳 없으니 태워서 흩어버리고 시주의 땅을 차지하지 말라’던 고려말 백운 스님의 유언을 들며 국화 꽃송이를 5만개 이상이나 장식해 호화의 극치를 보이는 큰스님들의 장례 모습을 꼬집었다.법정 스님은 “순간순간 한 생애를 어떻게 살아왔느냐 이것이 중요한 것이지 죽을 때 야단스러운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내 삶이 유언이다’라고 했던 간디의 말과도 같은 맥락이다. 화려한 장례의식이 그의 삶을 아름답게 꾸며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인간의 삶 존엄하게 보내는 산 자들의 의식은 옛말
 
사람이 죽으면 그와의 이별의 시간을 갖기보다는 어떻게 많은 사람을 모아 돈을 걷고, 이후 사리를 수습해서 사리친견법회 등을 통해 계속 이벤트를 연출하는 행태를 수없이 보며 고개를 저었던 법정 스님은 자신의 죽음에 즈음에 장례식도, 상여도 없이 입은 옷 그대로 장작더미 위에서 태워짐으로써 ‘검은 의식의 윤회’를 끊고자 했다.
풀뿌리공제운동연구소 박승옥 대표는 <우리신학>에 기고한 ‘죽음이 상품이 되고 폐품이 된 사막사회’란 글에서 “사람의 죽음은 이제 무엇보다 돈으로 계산되고 장례 비용과 묘지 비용 등 시체 처리 비용부터 걱정한다”며 “우리는 누가 죽었다고 하면 부주돈 액수부터 계산하고, 장례식장에 가면 부주돈을 내고 이름을 적고 일회용 음식을 먹고 끝”이라고 상업화한 장례의식을 꼬집었다. 그는 “망자에 대한 예란 그저 형식만 있을 뿐”이라며 “너무도 많은 죽음을 그저 일회용 컵 버리듯 쓰레기처럼 버리고 있는 중”이라고 개탄했다. 박 대표는 “농촌공동체가 살아 있을 때는 아무리 가난한 사람일지라도 어떤 이웃은 쌀을, 어떤 이는 호박을, 가난한 이웃은 그냥 맨몸으로 와서 일을 도우며 망자에게 최대한의 예를 다 갖추어 한 인간의 삶을 존엄하게 보내는 산 자들의 의식이었다”고 말했다.

죽음의 상업화에 대한 문제제기는 곧 죽음을 사랑과 자비를 펼치는 장으로 만들자는 제언으로 이어진다. 법정 스님의 5촌 조카인 현장 스님(보성 대원사 주지)에 따르면 법정 스님 자신도 부모님과 할머니 기일이 되면 남모르게 꼭 양로원을 찾아 어려운 노인들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정토회 법륜 스님도 부친의 장례식 대신 마을 경로잔치를 하고, 기일 때도 경로잔치를 이어왔다. 3년 전 사망한 부친의 장례비용 전액을 히말라야 오지에 사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내놓고 매년 기일 때마다 캄보디아에 우물을 하나씩 파주고 있는 산악인 정명숙씨(50)는 “어떤 화려한 장례식이나 제사보다도 그렇게 마음이 편하고 좋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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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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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조단체 상조협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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