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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가슴 저미는 인사말 한마디 없었더라도, 그의 마지막이 외로웠다고 말하지 말라 

[나눔과나눔] 참여자가 없는 무연고 사망자 장례식

 

“살아서도, 죽어서도 혼자인

무연고사망자의 외로움을 바라보며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합니다.

 

살아가는 것도 걱정이지만,

이제는 죽음마저 걱정이 되어버린 우리네 삶을 바라봅니다.

평생을 외롭게 살다

삶의 마지막 순간마저도 혼자일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의 외로운 죽음에 가슴 아픔을 느끼게 됩니다.

 

고인을 보내며 우리 주위에는

“잘 지내?”, “안녕?” 이라는 낯 익은 안부인사 조차도

가슴저미게 그리워했을 이들이 많았음에

다시 한 번 가슴이 아려집니다.”

[‘참여자가 없을 경우’의 무연고사망자 조사]

 

 

우리는 고인의 삶을 모른다

마지막이 외로웠다 말하지 말라

 

서울시 무연고사망자 공영장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조문을 옵니다. 그 중에는 당연히 가족과 지인이 있고, 때론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실상 가족’이 함께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민장으로 치러지는 공영장례에 조문을 오는 시민조문객과 자원봉사자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공영장례는 고인을 떠나보내는 작별의 시간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인연이 만들어지는 만남의 장 입니다. 따라서 무연고사망자 공영장례는 외롭고 쓸쓸한 장례가 전혀 아닙니다. 


은인의 장례

 

장례식을 마치고 운구를 위해 승화원 건물 밖으로 위패를 모시고 나갔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고인의 관을 운구해 온 장례식장의 운구기사가 조문을 온 사람들이 있다며 네명의 사람들을 손으로 가리켰습니다. 조문객이 없다고 생각했던 활동가는 당황스러웠지만 그들에게 다가가 명함을 건네고 앞으로 진행될 운구에 대해 안내했습니다.

 

장례식장이나 병원 등이 공영장례가 정확히 어떻게 치러지는지 모르고 화장시간만 알려주는 것은 종종 있는 일 입니다.  이렇게 장례식 시간을 놓친 뒤에야 조문객이 있음을 알게되면 활동가와 조문객 모두가 안타까움을 느끼곤 합니다.

 

운구를 마치고 유족대기실로 안내한 뒤 활동가는 조문객들에게 고인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조문객 중 한 사람이 고인과 자신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고인은 제 생명의 은인이세요. 고인이 아니었으면 저는 벌써 죽었을 거예요.”

 

2년전의 어느날, 조문객 ‘ㄱ’ 님은 운전중 뺑소니 사고를 당해 위급한 상황에 처했다고 합니다. ‘ㄱ’ 님은 그 순간 근처를 지나던 고인이 자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 하지 않았더라면 목숨을 건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당시의 아찔한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그 때의 인연으로 ‘ㄱ’ 님은 종종 혼자서 카페를 운영하는 고인을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두 사람은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함께 온 다른 조문객들은 고인이 운영하는 카페에 자주 찾아오던 동네 이웃이었습니다. 말을 아꼈기에 더 알 수 있는 것은 없었지만, 아마 고인의 카페는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이었던 것 같습니다.

 

화장이 모두 끝나고 유골함을 안아 유택동산으로 내려가면서 조문객 ‘ㄱ’ 님은 활동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습니다. 고인의 유골이 무연고 추모의 집에 봉안되면 그곳에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지, 혹시 마지막으로 자신이 준비해 온 참외와 술을 올릴 수 있는지 물어보는 ‘ㄱ’ 님에게 활동가는 차근히 대답했습니다.

 

“무연고 추모의 집은 안타깝게도 관계자 외에는 출입 금지 입니다. 다만 일년에 하루 ‘합동 위령제’ 때 개방 되는데 원하시면 일정이 나오자마자 연락 드릴게요. 그리고 유택동산에서 지방을 태우기 전에 유골함 모셔 놓고 참외랑 술 올리셔도 됩니다. 저희가 알았다면 장례식 때 올릴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조문객 ‘ㄱ’ 님은 꼭 연락을 달라 재차 당부하며 준비해 온 참외와 술을 꺼냈습니다.

 

“고인이 소주랑 참외를 좋아하셨어요. 항상 댁에 가면 참외랑 술이 있었거든요.”

 

조문객들은 마지막으로 고인에게 인사를 건네며 지방을 태웠습니다. 그리고 가을에 진행될 ‘합동 위령제’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돌아갔습니다.


삶이 외로웠다 말하지 말라

 

혹시 모를 조문객을 찾기 위해 고인의 공문을 들여다보고 구청에 연락을 돌리는 나눔과나눔이지만, 예상치 못하게 파악되지 않은 조문객을 만나기도 합니다. 6월에 장례에 찾아온 조문객은 차마 요양병원으로 고인을 보낼 수 없어 병원비까지 대납하며 마지막 임종의 순간을 지켰기에 병원으로부터 화장시간을 안내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 조문객처럼 비용과 시간을 들일 수 있는게 아닙니다.

 

나눔과나눔이 얼마 전까지 사용하던 ‘참여자가 없을 경우’의 무연고사망자 조사입니다. 장례에 참여한 가족이나 이웃이 없다는 이유로 고인의 삶을 외로웠다 재단해온 어리석음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이제는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인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모릅니다. 가족이 아니면 전산에서 조회할 수 없기에 고인의 인연에게 미처 가닿지 못하는 부고가 아마 훨씬 많을 것 입니다. 그러니 나눔과나눔은 고인의 삶이 외로웠다고 더는 말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출처 :  

 

#무연고사망자 #나눔과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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